무엇인가를 안다는 것

2020. 10. 18. 23:13night

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, 그것에 대해 정의하거나 상세히 적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. 때로는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전혀 모르는 것으로 가정하고, 그 실체에 도전해 보는 것이 대상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인식하게 해 준다. 예를 들어, 앞에 컵이 하나 있다고 하자. 당신은 이 컵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. 그러나 만약 '컵을 디자인해 주시오.'라고 부탁받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? 디자인해야만 하는 대상으로서의 컵이 당신에게 주어지자마자, '어떤 컵을 만들 것인가?'라는 생각이 들면서 컵에 대해 잘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. 더구나 컵에서 접시까지, 미묘한 정도로 조금씩 깊이가 다른 수십 개 이상의 유리그릇 형태가 눈앞에 일렬로 떠오른다. 점층적으로 약간씩 모양이 변하는 그 용기들 중에서, 어디부터가 컵이고 어디부터가 접시인가? 그 경계를 정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? 다양한 깊이의 유리그릇 앞에서 당황하고 말 것이다. 이렇게 당신은 컵에 대해 더욱 알 수 없는 상태가 된다. 그러나 컵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해서 이전보다 컵에 대한 인식이 후퇴했다고 할 수는 없다.

아니 그 반대일 것이다. 무엇도 의식하지 않은 채 그것을 그냥 '컵'이라고 불렀던 때보다도 한층 주의 깊게 그것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. 더 '현실적인 존재로서의 컵'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.

 

『디자인의 디자인』

 

요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.

'night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인생  (0) 2020.11.05
남들이 아직  (0) 2020.10.26
친구란  (0) 2020.10.23
무엇인가를 안다는 것  (0) 2020.10.18
반집으로라도 이겨보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.  (0) 2020.10.15
사람의 눈  (0) 2020.10.11
1 2 3 4 5 6 7 8